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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방아는 물을 감고 돈다

부동산 시장과 물레방아 이론

시골길을 걷다보면 강이나 큰 개천에 보(洑)를 만들어 물을 가두는 곳이 있고 거기에 너덜거리는 커다란 움막집이 있는 걸 보셨을 겁니다. 이런 움막집은 약간 외진 곳에 있던가요 .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시골풍경화에 등장하는 물레방아를 보셨을 것이고, 힘겹게 돌아가고 있는 물레방앗간의 모습을 기억하시리라 믿습니다.
방앗간에 들락거리는 마을 사람들의 몸에서는 넉넉한 시골 인심이 풍겨오기도 하지만 어쩐지 평화로운 마음은 오래토록 머물고 싶은 곳이기도 할 겁니다. 명절을 맞게 되면 머리에 수건을 쓴 아낙네들의 발걸음이 늘 바빠지는 곳, 그곳이 바로 정겨움이 묻어나는 물레방앗간이라고 생각되네요.

그런데 이 물레방앗간에는 꼭 사연이 있습니다. 필자도 어렸을 때 동네 물레방앗간으로 방아를 찧으러 간 일이 종종 잇었는데 방아일 보다는 누구를 만나는 일에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만날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돌아오는 길은 아랫도리에 힘이 없었고 허전할 때가 있었거든요. 왜 그렇게 아쉽고 섭섭했었는지,

동네 사람들은 비 오는 날을 골라서 방아를 찧으러 옵니다. 해가 있는 날은 농사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죠. 처녀 총각들도 방아 찧는 일을 해야 하므로 평소 좋아하던 상대방을 드디어 방앗간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런 날은 허전하지도 않았고, 기분이 좋았다고나 할까요.
처녀와 총각은 서로 일을 도와주면서 슬쩍 몸을 스치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찌리리 전기가 통해서 정신이 멍 할 때도 있었습니다. "저녁 먹고 나올 껴?" "아이 몰러-" 이렇게 약속이 되면 그날 밤 달 밝은 물레방앗간에서는 사랑의 역사도 이루어지게 되었지요.

당시 처녀와 총각은 순진해서 깍지 낀 손을 비비 꼬면서 부비기만 했었고 가슴만 통통거렸을 뿐 별 일없이 헤어지곤 했었는데 동네사람들에게 들키면 안 된다고 처녀는 윗길로 가고, 총각은 아랫길로 돌아서 집으로 가곤 했었습니다. 더 갈증만 났지 뭐,
그렇게 헤어지고 돌아오는 마을길의 풋풋한 냄새는 언제나 상쾌하기만 했었고 촉촉이 내리는 밤이슬 속에서 늘 반디불이가 앞을 밝혀 주었지요. 여름에 이슬이 내리는 밤이면 물레방앗간 부근의 여치 울음소리는 유난히 맑게 울리기도 했었습니다.
처녀와 물레방앗간에서 헤어지고 나면 그날밤은 가슴이 설레어서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달빛은 창을 뚫고 들어오는데 강아지는 자꾸 달을 보고 짖어대지요. 전화도 없었던 세상이라 한 번 헤어지고 나면 다시 만나는 날까지는 그저 건강하게 잘 있으라고 기도 할 뿐이었습니다.

물레방아의 이론

가둬 둔 물을 일정한 통로로 보내게 되면 낙차를 이용한 물줄기가 풍차의 날개에 떨어지게 되고 그 반동으로 커다란 물레방아 바퀴가 느릿느릿 돌아가는데 그 풍차에 벨트를 건 정미기가 스르르 돌아가면서 쌀도 찧어내고 보리도 찧어내며 떡방아도 빻아 내더군요.

물을 많이 보내어 물레를 빨리 돌게 할 수는 있지만 빨리 돌아가게 한다고 해서 방아를 많이 찧는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적은 물이라도 일정하게 보내어 물레방아가 쉬지 않고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는 겁니다. 오히려 세게 돌아가면 쌀과 보리가 부서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물레방아는 물을 감고 돌아가는데 만일 몇 달씩 가뭄이 들어 물이 마르게 되면 물레방아도 돌아가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그래서 가뭄이 들어도 물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가득 저장해 두고 있다는 겁니다.

그 물줄기는 물레를 돌려 방아도 찧지만 떨어지는 물은 다시 모여 부근의 농경지에 있는 농작물을 키우는 역할을 하게 되죠. 고의적으로 멈추기 전에는 물은 물레를 돌리고 농작물을 기릅니다. 또 물의 힘으로 방아는 쉬지않고 돌아가면서 많은 방아를 찧고 있는데 필자는 이런 현상을 자연의 이치라고 표현 합니다.
고의적으로 물줄기를 막아 버리면 물레방아는 쉬게 되겠지요. 돌아가지 않는 물레방아는 험상궂은 나무 바퀴에 불과할 뿐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될 것입니다. 물레방아가 멈추게 되면 방앗간에서 눈으로 말 해오던 연인들은 빨래터로 장소를 바꾸게 될 것이고 다시는 방앗간을 찾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은 커다란 물레방아 입니다. 물레방아는 물을 감고 돌아야 되는데 지금 물레방아는 물줄기가 끊겨 돌아가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물줄기를 흙과 돌과 나무 등 여러가지 장애물로 막아버려(부동산 규제) 물레가 멈춘 지 이미 수년이 되었습니다. 물줄기가 막힌 바람에 농작물까지 모두 고사 직전에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 런지요.
물레가 돌다보면 고장이 날 때도 있겠지요. 그러나 고장 난 물레를 수리했으면 원래대로 물줄기를 돌려놔야 다시 물레가 돌아갈 것인데 쌀이 부서지고, 보리가 부서지고 떡이 망가질까봐(부동산 값이 오를 ？ 끝까지 물줄기를 물레로 돌리지 않을뿐더러 계속 막아놓고 고기(부동산 세금. 중과세)만 잡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할까요.